내 인생에 힘이 되는 논어

권경자 역해 / 소울메이트 펴냄

 

 

 

   여러 번 생각한다는 것은 주도면밀하고 신중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세상사는 일정하지 않아서 직관적으로 결정해야 할 때도 있고, 거듭 생각할 때도 있다. 세 번이나 생각하는 것은 신중함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지 계산하는 것이다. 공자가 두 번이면 괜찮다고 한 이유다. 계문자는 매사를 세 번 생각한 뒤에 행동으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때를 잃기도 하고, 정작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기도 했다. 노선공이 왕위를 찬탈해 즉위했을 때 그랬다. 그를 토벌하지 않고 도리어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선공을 위해 뇌물을 바쳤다. 생각을 굴려 자신에게 유리하게 행동한 것이다. 생각을 몇 번 하느냐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올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생각하는 것은 두 번이면 된다.

 

  최악의 인간 3종 세트다. 세상을 살다보면 능력은 안 되는데 뜻만 커서 큰소리치고, 무지하면서도 성실하지 않으며, 무능한데다 신실하지도 못한 자들이 의외로 많다. 뜻은 큰데 능력이 안 되니 정직하지 못한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런 경우 사기꾼이 되기 쉽다. '동(侗)'은 우직하고 미련하며 무지한 사람으로, 성실하고 신중해야 그나마 인정을 받는데 성실하지 않으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뜻이 크고 무지하며 무능하더라도 곧고 성실하며 신실하다면 다소 부족해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능력도 없이 뜻만 크고, 무지하고 무능한데다 정직하지도 성실하지도 신뢰할 수도 없다면 공자도 어찌해야 할지 알지 못하겠다고 탄식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인간 군상이다.

 

  공자의 마구간에 불이 났다. 퇴근 후 공자는 인명 피해 여부에 대해서는 물었지만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당시 말은 단순히 교통수단에만 해당되지 않았다. 국가적으로는 전쟁에 동원되는 무기였으며 말의 수는 나라의 크기와 규모를 나타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신분과 지위와 부귀를 나타냈다. 이처럼 귀한 재산이었다. 그런데도 정작 말에 대해 묻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을 근심하고 아끼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오늘날은 어떤가? 보험금 수령을 위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인명사고 앞에서 대물 파손을 소리 높여 다투는가 하면, 분초를 다투는 구급차의 앞을 막거나 그 뒤를 따라 과속으로 달리기도 한다. 그뿐인가? 목숨 걸고 배달시간을 줄이려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사람보다 돈이, 사람보다 물건이 중요한 세상이다. 공자가 보여주었던 사람을 아끼는 마음, 우리가 찾아야 할 사람의 마음이다.

 

  오랜만에 자로, 증석, 염유, 공서화가 공자와 함께 앉았다. 공자가 그들에게 포부를 물었다. 세 사람이 크든 작든 현실정치를 꿈꾸었다면, 점은 평화로운 세상에서나 가능할 꿈을 펼쳤다. 성인식을 치룬 대여섯 명의 사람과 예닐곱 명의 아이들과 함께 봄옷을 갖추어 입고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에서 바람 쐬고 노래 부르며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키겠다는 야망도,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예악으로 다스려지는 나라를 이루겠다는 꿈도 아니었다. 그의 꿈은 동료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야망도 포부도 꿈도 없는 점의 한가로움에 공자는 깊이 감탄했다. 평화로운 세상에서나 가능한 증점의 꿈은 공자가 이루고자 한 세상이다. 늙은이들은 편안하고 친구들은 믿어주며 젊은이들을 감싸주는 세상은 이러한 세상에서 가능하다. 공자가 증점의 꿈을 허여한 이유다.

 

曾子曰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

증자왈군자 이문회우 이우보인

증자가 말했다. "군자는 문으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써 인을 돕는다."

   군자는 문으로써 벗을 사귀고 모으는 존재다. 문이란 시·서·예·악으로, 군자는 이를 함께 공부하고 생각을 나누며 같은 지향을 가진 존재다. 이는 공부로만 끝나지 않는다. 서로를 인하도록 돕는다. 나를 나 되게 하고, 그를 그 되게 하며, 우리 되게 하는 것, 이것이 군자의 벗 사귀는 방법이다.

 

  "어찌할까, 어찌할까?"라는 고민의 언어는 바르게 살려고 애쓰는 간절함이며, 덕을 닦으려 노력하는 몸부림이다. 또 일을 앞에 두고 걱정하는 안타까움이며, 온 힘을 쏟는 진정성이다. 공자는 그런 간절함이 없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야지 억지로 하게 할 수는 없다. 공부도 덕도 스스로 고민하고 애쓰며 추구하고 행해야 한다. 제자들이 덕을 추구하기를 바라는 공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덕은 하늘로부터 부여된 본래 마음을 실현하는 능력이며, 도는 본래 마음을 따르는 길이다. 따라서 덕을 굳게 지켜서 실천하고 도를 믿고 따르는 일은 사람이 갖추어야 할 도리다. 덕을 굳게 잡아 덕을 실천하고, 도를 굳게 믿어 독실하게 도를 행할 때, 비로소 덕과 도의 사람이 될 수 있으며 참사람이 된다는 점에서 덕과 도를 자기의 책임으로 삼아야 한다.

 

   네 가지 악인 학·포·적·유사는 군자가 경계해야 할 요소다. 백성에게 선악을 가르치지 않고서 범죄를 저지르면 죽이는 것, 미리 훈계하거나 주의를 주지 않고서 결과만을 따지며 성공만을 요구하는 것, 명령은 늦게 하고서 기한 내에 일을 마치라고 재촉하는 것, 당연히 주어야 할 것을 쫀쫀하고 인색하게 굴며 마치 선심 쓰는 양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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