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찾는 인간(The Cry For Myth)

롤로 메이 지음 / 신장근 옮김 / 문예출판사 펴냄

 

 

  알렉스 헤일리는<뿌리>에서 “나는 반드시 내가 누구인지 찾아내야 해!”라는 말이 계속 그의 마음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런 헤일리의 말이 2,300년 전 <오니디프스 왕>에 나오는 “나는 반드시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내야 해!”라는 오이디프스의 말과 흡사하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헤일리와 오이디푸스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한 신화를 아는 것은 현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콜롬버스는 새로운 신화들 때문에 항해를 떠났다. 흔히 그렇듯이 신화는 현실이 된다. 현실이 신화가 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신화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놔둔 채 가능성에 주목하고, 그들의 의지와 꿈의 방향을 바꾼다.

 

  피츠제럴드는 재즈 시대 한복판에서 그 시대의 모든 고통과 낭만을 느끼며 글을 썼다. 그중 천재적인 작품 한 편을 썼다. 그 작품이⟪위대한 개츠비⟫다. 개츠비는 돈이 많았다. 불법적으로 번 돈이지만, 재즈 시대에 많은 사람이 그렇게 돈을 벌었다. 미국에는 돈을 버는 정당한 방법과 그릇된 방법의 명확한 구분이 없었다. 미국의 꿈에서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일이다. 이후에는 그 돈이 여러분의 상황을 구속한다. 앙드레 르 보는 말한다. “개츠비 이야기 전체와 그 배후에 숨은 일그러진 위대한 꿈 이야기는 현대 미국의 상징과 이에 동반되는 비전에 집중된다. 개츠비의 꿈이 몰락했다는 것은 ····· 미국의 꿈이 실패했음을 암시한다.”

 

  <페르 귄트>는 현대 남성의 심리적인 경향과 갈등을 매혹적으로 그린다. 20세기 남성의 신화라 부를 만하다. 두 욕망을 품고, 충돌하는 두 욕망 사이에서 자기를 잃는 한 남자의 생활 방식이다. 한 욕망은 여자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이다. 다른 욕망은 같은 여자들에게 보살핌을 받는 것이다. 페르 귄트는 첫째 욕망 때문에 남자답게 행동한다. 즉 허풍선이가 된다.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것은 여왕을 상징하는 한 여자를 즐겁게 하고, 둘째 욕망도 채우기 위해서다. 따라서 두 욕망은 모순된다. 중요한 것은 페르 귄트와 같은 사람의 강박 행동은 쾌락, 권력, 환희를 얻기 위한 행동이라는 점이다. 그 행동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도망가려고 하는 행동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반은 악마와 대화한다. 악마는 말한다. “아니, 너는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니다. 너는 나다. 너는 나일뿐, 다른 누구도 아니다.” 이반은 대답한다. “너는 내 화신이다. 하지만 한 면만 닮았다 ····· 내 생각과 감정, 가장 추잡하고 미련한 생각과 감정을 닮았지. 얼굴은 달라도 너는 나다. 너는 내 생각을 말할 뿐이야. 새로운 것을 이야기 할 수 없지!” 이것은 악마의 한 측면을 나타낸다. 독특한 것을 창조하는 것이 진정한 독창성이다. 그런데 악마는 독창성을 부인한다. 물론 악마가 없으면 창의력은 생기지 않는다.

   창작 과정은 어느 때는 즐겁고, 어느 때는 괴롭다. 하지만 기쁨을 느끼고 싶다면, 지옥으로 가는 여행의 고통을 기꺼이 견뎌야 한다. 우리는 흔히 그 지옥을 단조로운 시간이라고 부른다. 영감이 사라지고, 눈에 띄는 시간이 지나고 오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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