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 회복

사에구사 다다시 지음/ 현창혁 옮김 / 황금부엉이 펴냄

 

 

 

  상황이 안 좋은 회사는 ‘상층부에서 제시하는 큰 틀에서의 전략’이 ‘현장의 실태’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개발에 돈을 들여서 상품이 만들어지면 그걸 제품매니저에게 넘기는데, 이때가 돼서야 비로소 상품을 고객에게 어떻게 팔 것인지를 생각하는 거지요. 출발부터 완전히 순서가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아스타사업부의 직원들은 바보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을 놓고 보면 기본적으로 우수하고 지적 수준도 높은 사원이 많지요. 그런데 회사라는 좁은 세상 속에 갇혀 매일 함께 일하다 보니 비슷한 가치관에 묶여버리는 거지요. 남들과 다른 행동이나 발언을 하면 질책을 받거나 소외당하고, 때로는 딴 데로 보내지기도 하는 상황 속에서 굳어진 가치관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게 됩니다. 우리는 회사를 망치고 있는 이런 응석받이의 체질부터 바꿔야 합니다.

 

  현재로서 이 조직 내에서 이들 이상의 인재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어서 급히 인사발령이 이루어졌고 정식으로 태스크포스 팀이 발족했다. 경영회의 석상에서 간부진들을 대상으로 “개혁 태스크포스 팀은 사업본부장 직할로 둘 것입니다. 아울러 겸직 팀원들이 작업 경과를 각 소속 부서장에게 보고하는 일은 없습니다. 회사 내에서 설명이 필요한 경우는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본부장의 이런 발언 자체가 커다란 ‘사건’이었다.

 

  “우리의 임무는 앞으로 4개월 동안, 즉 늦어도 3월말까지는 아스터사업부의 개혁안을 실행 가능한 수준까지 만들어내는 데 있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에게 검토의 성역이란 없습니다. 사업을 찢어놓든 공장을 폐쇄하든, 불필요한 부서를 없애든, 판매경로를 바꾸든···누군가를 꼭 잘라야 한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인사 문제를 빼놓고 개혁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니까요. 그러니 모든 선택지를 올려놓고 생각해주기 바랍니다. ‘무엇이든’입니다. 무엇이든 다 가능합니다.

 

  간타가 일어서서 이번 합숙 연수의 총정리를 시작했다. “우리가 전략이나 장사의 기본 사이클을 건드리는 목적은 단 하나, 관리자와 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거야. 모두가 목적과 의미를 공유하는 것, ··· 그렇게 하면 우리의 행동이 하나가 되어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 거야.” 합숙의 모든 의제가 마무리되었다.

 

  변화를 갈망해왔던 직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조금씩 회사 내에 공유되어 미묘한 변화가 확신되고 있었다. 태스크포스를 지탱하는 것은 경영자의 지원이며, 그것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끝나고 만다.

 

  휴식시간을 가진 후 오늘 프레젠테이션의 최대 승부처가 찾아왔다. 아스타사업부를 어떻게 변화시켜갈 것인가. 가와바타는 먼저 ‘장사의 기본 사이클’에 대해 설명했다. 가가와 사장이 ‘10가지 폐해’와 정반대로 되어 있는 10가지 항목을 눈으로 읽었다. 벤처기업이나 성장하는 중소기업은 이러한 조직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활력이 넘친다. 이것이 비즈니스 조직의 원점이다.

 

  “아스타사업부가 이렇게 된 것은 ···, 이건 경영의 문제였어요. 이렇게까지 문제를 방치한 것은 ··· 사장인 내 책임입니다.” 회의실이 일순 침묵에 휩싸였다. 태스크포스 팀원들의 안도감은 순식간에 감동으로 바뀌었다. “나도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다하겠노라는 의미였다.

 

  개혁 시나리오 상 관리직이 상당 부분 교체될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인원 구조조정 없지만, 과거의 잘못된 경영에 대한 책임만큼은 명확히 해야 한다. 따라서 간타는 이 회의의 참석자들 중 ‘저항형 퇴진자’ 유형의 관리자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다.

 

  1주일 후 간타 팀은 전국의 관리직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시작했다. 관리직을 한 번에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간타를 비롯하여 팀을 주도하는 3명이 전국 7곳을 방문해 가능한 적은 인원수를 상대로 설명했다. 말하자면 순회공연이었다.

 

  이렇게 많은 개혁 노력이 쌓여서 아스타공판은 활성화의 길을 걸어갔다. 사전에 계획한 주도면밀한 개혁 시나리오는 계속해서 수많은 성공을 가져왔다. 수주기준의 손익은 해가 바뀐 1월에 다시 적자로 바뀌었지만 2월, 3월에는 연속해서 흑자를 기록했다. 뒤쳐져 있던 BU3도 2월에 이르자 수주 흑자를 기록했다. 아카사카와 그의 부하들이 기쁜 얼굴로 파티를 열었다. 간타와 가와바타도 함께 참석해서 떠들썩하게 한바탕 회식을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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