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즐겁지 않다면 寒山을 만나라 / 페이융 지음 /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펴냄

 

 

 

 

  단순히 바쁜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어리둥절하다’는 것이다. 늙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문제는 역시 ‘어리둥절하다’는 것이다.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바쁘게 발을 동동 구르며 뛰어다니다가 이유도 모른 채 늙고 결국 영문도 모른 채 죽는다. 인생은 꽃과 나무처럼 활짝 피어서 자기만의 색과 향기를 뽐낸 후에 시들어야 한다. 인생이 재미없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다.

 

  “인생의 진정한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유의지로 가는 길이다.” 자유의지로 간다면 어디로 가든 자기만의 길을 만들 수 있지만 자유의지가 없다면 어떤 길을 가든 아무리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내 본래부터 살던 집 천태산에 있나니 구름길에 안개 짙어 나그네 발길 끊겼네. 천 길 바위산 봉우리 깊어 뒷걸음치게 하고 만 겹 골짜기 시냇물이 돌 누대를 흐르는구나. 자작나무껍질 두건에 나막신 신고 물 따라 거닐며 베옷에 명아주 지팡이 짚고 산을 돌아오네.” 한산은 이렇게 읊조린 후 마지막에서야 “덧없는 인생이 환상임을 깨닫고 보니 느긋하게 걷는 것이 참으로 즐겁구나!”라고 감탄했다.

  한산의 고향은 원래 먼 북쪽이었지만 여기에서 그는 자신이 원래 살던 집이 천태산이라고 했다. 타향을 고향이라고 한 걸까? 그렇지 않다. 그에게는 마음이 편한 곳이 바로 고향이다.

 

  어떻게 하면 할 일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잭 케루악의 소설 <길 위에서>처럼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도 따라해 볼 만 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해답은 한산의 방법, 즉 “마음속에 다른 일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말도 아니고, 돈을 벌지 말고 일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단, 마음속에 다른 일이 없어야 한다. 마음속에 다른 일이 없다면 무엇을 하든 인생이 가벼울 것이다.

 

  <노자>에서 “무위(無爲)를 행하고 무사(無事)를 일삼고 무미(無味)를 맛본다. 작은 것은 크게 하고 적은 것은 많게 하며 원한은 덕으로 갚는다.”라고 했다. 풀어서 말하면 “아무 것도 행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행함이고,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최고의 일이며, 아무 맛도 없는 것이 최고의 맛이다. 작은 것은 크게 하고 적은 것은 많게 하여 원한을 선의로 갚는다.”라는 뜻이다.

타고르는 “오직 행동해야만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는 해답이 없는 문제도 많고 이유가 없는 일도 많다. 즐겁게 행하면 그걸로 된다. 또 세상에는 끝이 없는 길도 많다. 앞으로 가면 그걸로 된다.

 

  <열자(列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송나라의 가난한 이가 제나라의 이름난 부자를 찾아가 부자가 되는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그 부자가 대답했다. “나는 도둑질을 잘 합니다. 처음 내가 도둑질을 할 때 일 년 만에 먹고살 걱정이 사라지고 이 년 만에 생활이 풍족해지고 삼 년이 되자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 후에는 이웃을 도와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이가 크게 기뻐했다. 그러나 그는 도둑질을 하면 부자가 된다는 말만 들었지 도둑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어떤 일을 하든 짐멜의 이 말을 잊지 말자. “돈은 단지 최종적인 가치로 가는 다리에 불과하다. 사람이 다리 위에서 살 수는 없다.”

 

  자기 자신이 분명히 알고 깨달으면 업을 만들지 않게 되고, 애증과 원망도 생기지 않으며, 득실도 없고 번뇌도 나타나지 않는다. 남을 알고 깨닫게 만들기는 어렵다. 자기 자신이 알고 깨닫는 것도 어렵기는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자신으로 말미암으며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음을 믿는 것은 운명이 자기 손에 있음을 믿는 것과 같다.

 

  한산의 시는 자유를 노래했다. 하지만 한밤중에 혼자 높은 산에 올라 바위에 걸터앉아 달을 바라보며 스스로 자유롭다는 착각에 빠진다면 그건 한산의 원래 뜻을 오해한 것이다. 한산의 시는 비유일 뿐이다. 높은 산, 고독한 달, 시원한 샘은 모두 정신적인 상태를 비유한 상징물이다. 세속 생활에 대한 초월, 높은 정신적인 경지, 인간과 자연의 융화, 세속의 삶에 구속받지 않는 인간의 정신 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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