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생각에 속을까

크리스 페일리 지음 / 엄성수 옮김 / 인사이트뷰 펴냄

 

  어떤 자극에 반복해 노출되면 그 자극을 좋아하게 된다는 이 단순 노출 효과는 그간 수백 건의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음악과 미술 작품에 대한 우리의 취향 역시 더 자주 듣고 볼수록 세련되어진다. 물론 너무 많이 듣고 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또 어떤 주장을 반복해 들으면 그 주장이 옳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심지어 어떤 사람의 이미지를 반복해 보다 보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많은 독재자가 자신의 사진을 여기저기 내거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1920년대 시카고의 한 경찰관이라고 가정하자. 어느 날 당신은 일명 지미 ‘철학자’ 리카 라는 인물이, 경찰이 자기가 운영하는 사창가를 급습한 데 대한 앙심을 품고 철로에 애꿎은 남자 여섯 명을 묶어놓았다는 제보를 받는다.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꼼짝달싹 못하게 다섯 명이 일렬로 철로에 묶여 있는 게 보였다. 곧 열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발아래 철로에서 다가오는 열차의 진동이 느껴진다. 비명을 질러대는 남자들에게 달려가 보니, 철로가 둘로 갈라지는 지점이 있어 열차를 옆 철로로 가게 만들 수만 있다면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철로 방향을 바꾸는 레버를 잡아당기려고 뛰어가니, 입에 재갈을 물린 채 옆 철로에 묶여 있는 여섯 번째 남자가 보였다. 그새 지축을 흔들며 달려오는 열차가 시야에 들어왔다. 당장 손을 쓰지 않을 경우, 시카고 로즈힐 공동묘지에 시신 다섯 구가 더 묻히게 될 판이었다. 당신이라면 철로 방향 전환 레버를 당기겠는가?

  이런 사고 실험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다 보면, 우리가 내리는 대부분의 도덕적 결정이 그간 철학자들이 만들어낸 이런저런 법칙이나 원칙들로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의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은 대단히 유연하다. ‘인간은 유혹을 피하기 위해 자유의지를 발휘해야 한다.’며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글을 읽거나, ‘인간은 진화로 디자인되고 유전자를 통해 만들어지며 환경에 의해 프로그래밍 된 생물학적 컴퓨터 같은 존재이다.’라는 식으로 결정론을 옹호하는 글을 읽기만 해도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만약 도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유의지가 필요한 것이라면, 스스로 자유의지가 없다고 확신해온 사람들은 도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은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도 더 잘하고 스트레스도 더 잘 견디며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도 훨씬 낮다.

 

  아마 여러분은 무의식이 통제하는 흥미로운 일을 찾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실제 우리가 관심을 쏟는 모든 일들, 그러니까 우리의 목표와 믿음과 감정 그리고 우리가 보고 기억하는 모든 것들이 의식의 통제를 받는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의식의 접근은 허용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여서, 인간의 행동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이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 마음속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의식이다. 우리가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사람들과 얘기를 하거나 지남 일들을 반추할 때, 우리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 그러나 우리가 의식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 대부분을 실은 거의 무의식이 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가져야 할 의문은 의식이 어떻게 그리고 왜 그런 속임수를 쓰는가 하는 것이다.

 

  시력은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감각인데, 우리 눈은 원래 우리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과 다른 사물을 보게 되어 있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려면, 우리는 시각외의 다른 감각도 동원해야 한다.

 

  우리가 뭔가를 쓰거나 말할 때는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또 당신이 내게 뭔가 말할 때는 어떤 아이디어를 당신 머리에서 내 머리로 옮기는 것이다. 그 결과 내 행동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내 뇌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당신, 지금 내게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당신이 그것을 어찌 알지?” 결국, 당신이 말하는 것은 이런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내는 수단이 바로 우리의 사회적 의식 모델이다.

 

  우리는 북적대는 실내에서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을 알아듣는다. 자신은 자신에게 가장 관심이 가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회 심리학자가 하는 일은 우리가 어떻게 사회 활동을 하는지, 그러니까 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것을 믿고 어떤 것을 생각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수천 세대를 내려오면서 인간은 매일 똑같은 질문에 답해왔다. “우리가 만약 다른 사람이 할 행동을 예측하지 못한다면?” 물론 지금과 같은 삶을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자제력이 강한 사람은 대개 더 건강하고 점수도 더 잘 받으며 이성 관계도 더 좋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적으며, 성공할 가능성은 더 크다. 자제력은 의식의 자기 모델이라는 조언자가 뇌에 주는 조언과 다른 조언자가 주는 조언 간의 싸움이다.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이처럼 다른 과정은 오래된 과정으로, 우리가 자신에 대한 모델을 갖기 훨씬 전부터 우리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 운동선수들은 스포츠 세계에서는 훈련보다 믿음이 성공에 더 필요한 열쇠라고 말한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어떤 일을 해내려면 먼저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나의 가장 큰 재산은 내 마음이다. 나는 내가 참가하는 모든 토터먼트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했다. 정신력을 키우는 일에 관한한 이처럼 자신을 믿는 것이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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