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회계

정헌석·정병수 지음 / 김영사 펴냄

 

 

  예전에는 회계를 부기라 불렀다. 부기란 '장부에 기록하다'의 준말이며, 대표적인 것이 현금출납부다. 가계부나 출납부는 현금이 들어오면 입금으로, 나가면 출금으로 기록한다. 이처럼 현금의 수지를 중심으로 현금이라는 하나의 잣대에 따라 장부에 기록하는 회계를 단식부기라 부른다.

 

  단식부기는 현금수지의 파악이 중심이므로 현금이 따르지 않는 수입이나 지출 경우에는 현금출납부에 표시 되지 않기 때문에 경영성과를 기록하지 못한다. 이를 보안하고자 재산과 부채의 크기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아울러 경영성과도 잘 계산되는 복식부기가 자연스레 탄생한 것이다.

 

 

 

  돈 가는 데마다 따라가는 계산, 다시 말해 경제활동에 관련된 계산만을 회계라 한다. 여기에는 어려운 방정식이 필요 없다. 가감승제 즉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있을 뿐, 수학에 비춰 극히 일부다. 더구나 곱셈이나 나눗셈이 쓰이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런데도 화들짝 놀라는 까닭은 아마도 이용되는 숫자 때문일 것이다.

 

  은행이나 회사 사무실에 가보면 잘 알 수 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 모두가 어찌나 돈 계산을 잘하는지, 일류 피아니스트가 건반 두드리듯 키보드를 재빨리 때리는 데 그저 놀랍다. 이 정도의 요령을 터득하는 데는 별 다른 전공이나 학력도 필요 없다. 내가 자주 거래하는 은행의 여직원 한 명이 있다. 회계를 너무 잘해 경영학을 전공했느냐고 물었더니, 틈틈이 혼자 공부했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 회계다.

 

 

 

  회계 전문가도 있고 돈 계산을 컴퓨터가 다 알아서 해주니 경영자는 회계를 몰라도 될까? 결코 그렇지가 않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회계의 기본만큼은 반드시 습득해 놓아야 한다. 키보드를 더듬더듬 두드리거나 숫자 계산이 서투른 것은 이제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회계정보를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은 기술로 대체할 수 없다.

 

  복식부기는 남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의 원리와 흡사하다. 같은 도로이면서도 상행선의 풍경은 평야가 줄을 잇다가 바다가 바라다보이고 하행선의 경치는 산만 끊임없이 펼쳐지다가 도시가 나타나듯이, 같은 경재활동이라도 차변의 모습과 대변의 모습은 서로 가각 다르다. 그러니 경제활동의 경우에도 항상 좌변과 우변에 기장하자는 것이 복식부기의 핵심이다.

 

  자산은 남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인 타인자본과 내 주머니에서 나온 돈인 자기자본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자기 자본은 전체 자산 중에서 남의 돈인 타인자본을 뺀 나머지다. 결국 '자산=타인자본+자기자본', '자기자본=자산-타인자본'의 등식이 성립된다.

 

  회계에는 화려한 문장이나 긴 사설이 필요하지 않다. 글재주나 말장난도 필요 없다. 바둑이 수로만 말하듯 회계는 모든 것을 '계정'으로 말한다. 회계에서는 정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비슷한 부류끼리 모아 여러 계정을 만들고 각 계정마다 장부를 두어 기입한다. 계산할 때, 계정이라는 그릇에 담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봉지마다 깔끔하게 이름을 붙이는 일도 중요하다.

 

  어떤 경제활동이든 크게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비용의 다섯 가지 요소로 묶을 수 있다. 결국 경제활동은 크게 다섯 계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사람의 얼굴처럼 알려주는 보고서는 무엇일까? 바로 재무제표다. 재무상태표에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겪어온 굴곡과 역사가 담겨있다.

 

  월급쟁이 사장은 지난날의 공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현재 이익이 적다면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익이 나더라도 작년에 비해 그 증가율이 떨어지는 등 굴곡이 심한 것도 문제가 된다. 이익이 나되 그 곡선은 조금씩 늘어나는 모양으로 완만하고 엇비슷해야 한다. 설령 많이 낼 수 있더라도 내년의 실적을 위해 아껴두어야지 미련하게 한꺼번에 몽땅 보고할 필요가 없다. 장수하기 위해 가급적 이익을 부드럽게 하는 ‘이익유연화’를 은근히 원한다.

 

  회사가 자기 것인 소유주는 다르다. 키보드를 한껏 깨끗이 닦아 이익이 많은 쪽으로 두드려보았자 실속 없이 세금만 나간다. 감가상각비도 정률법을 더 좋아할 것은 당연하다. 이를 고려하여 세무서는 항상 착실하게 협조하는 사업가에게 당근을 선물한다. ‘특별상각’이라고 남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인정해서 적은 이익 금액을 기록하게 함으로써 세금 혜택을 많이 누리게 하도록 대접하는 수법이다. 결국은 차원 높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두기 위한 사탕발림의 인센티브에 지나지 않는다.

 

  회계기준은 회계를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여러 원칙, 회계방법 및 요령, 재무제표의 양식 등을 열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회계기준을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GAAP)’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인정된’이란 전문가들이 합의하고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요컨대 ‘GAAP’란 우리말로는 ‘기업회계기준’이며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이다.

 

  월부 판매의 경우에는 물건을 가져가고도 돈을 못 받아 수익의 실현을 안심하지 못하는 수가 많으므로 현금이 들어와야 확실하다. 현금을 받는 시점에서 기록하면 아무런 탈이 없다. 이를 ‘현금주의’라고 하는데 꼭 수익이 아니라도 거래의 성격이 어떻든 현금주의는 사후 신경 쓸 일이 없으니 널리 환영받는다. 경제란 신용이므로 경제적 사건이나 거래가 일어나면 장부에 기록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데, 이를 ‘발생주의’라고 한다.

 

  수익을 적는 기준인 실현주의는 어떤 것일까? 보수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거래가 발생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수익을 적다보면 믿을 수가 없다. 외상값을 완전히 받아 입금하는 때, 다시 말하면 현금의 회수를 기준으로 기록해야 안전하다. 이렇듯 현금을 회수할 때 수익을 파악하는 입장을 ‘회수기준’이라 한다.

 

 

 

  회계원리는 제조가 없는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공부한다. 블랙박스가 없는 만큼 회계도 쉽고, 업종이 달라도 그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한편, ‘원료 -> 블랙박스 -> 제품’에서 블랙박스가 있는 회계에 한해 원가회계이고, 그중 경영 및 관리에 이용하는 분야만 조명해 다룰 때에는 혼동을 피하고자 특별히 관리회계라고 부른다.

 

  원가절감이란 무조건 적게 소비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우기는 측이 있기에 더더욱 원가와 비용, 그리고 원가 중에도 많은 종류가 있음을 깨우쳐야 한다. 원가절감이란 불필요한 원가를 줄이라는 말이다. 무조건 줄이고 보자는 게 아니라 필요한 원가는 적극적으로 쓰되 낭비가 되는 요소를 없애고 경영에 필요하지 않은 원가는 가능한 한 줄여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ROI는 한마디로 ‘투자수익률’인데, 투자자본에 대한 이익률을 말한다. 투자재원은 외부차입금과주주로부터 조달된 주주자본으로, ‘투자=자산’이다.

 

  회계정보를 제공하는 기준이 애매할 때는 원가·효익관계를 고려하라고 주문한다. 정보가 유용할 것이라 생각된다고 무조건 다 제공할 것이 아니라 회계정보로부터 얻어지는 효익이 클 것이라고 판단될 때에 한해 정보를 생산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일류 CEO라면 멀리 내다보는 감각도 아울러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겠다.

 

  코뚜레를 한 소처럼 관리자가 원가의 발생이나 감소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 ‘코뚜레 원가’다. 이는 통제가능하다는 뜻에서 ‘통제가능원가’ 또는 ‘관리가능원가’라 하고 알기 쉽게는 ‘마우스원가’다.

 

  회계정보 역시 ‘신뢰성’이 최우선이다. 사람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마구 달라진다면 검증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이고 신뢰성 역시 제로다. 제3의 어느 누가 정보를 생산하더라도 서로 비슷해야 한다. 그러자면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언론에 자주 등장한 도덕적 해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영어로는 ‘moral hazard’인데, 번역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위험’, ‘도덕적 위태’ 또는 ‘도덕적 태만’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지만 속내는 다 같은 용어다. 도덕적 해이가 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파장은 너무나 크다. 도덕적 해이라는 말은 보험업에서 처음 등장했다.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보험금을 노린 사고가 바로 도덕적 해의의 대표적인 예다.

 

  회계 역시 모르면 회맹이요, 잘 알면 회짱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세상이 컴퓨토피아라면 회짱들이 대접받는 사회, 바로 회계토피아도 찬란하게 꽃피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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