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공자가 만났을 때(열 하룻날의 대화)

안성재 지음 / 어문학사 펴냄

 

 

둘째 날, 성인과 군자: 대동사회의 지도자와 소강사회의 지도자

  성인이란 대동의 사회를 이끈 지도자 삼황오제와 또 그들을 보필한 현명한 신하들을 일컫는 것이니, 이러한 이유로 성인들은 억지로 작위 하여 법률과 제도로 통제하지 않고 천성에 따라서 백성들과 나라를 다스렸으며, 함부로 말하거나 명령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대동의 통치이념을 실천했던 것이오,

  지도자가 백성들의 천성에 따른다는 것은, 지도자가 백성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원하는 바인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지 않고, 편안하게 자신이 하는 일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니!

  그대가 주장하는 소강사회의 도는 지나치게 형식적인 면을 중시하다 보니, 결국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 것이 아니겠소? 그러하기에 나는 특히나 “예라는 것은 억지로 작위 하는 것이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예에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면, 바로 예를 버리고 곧 따지게 되는 대단히 형식적인 것이다.”라고 소리 높여 비판한 것이거늘!

성인(대동사회의 지도자) - 군자(소강사회의 지도자) - 기(전문가)

 

 

넷째 날, 도: 태평성대를 이끈 지도자의 통치이념

  사람의 도인 인도뿐만 아니라 하늘의 도인 천도 역시 정치를 큰 것으로 여기고 또 정치는 바로잡는 것을 뜻하니, 올바름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전쟁을 하며, 법이나 제도 등으로 백성들을 통제하지 않고 백성들의 뜻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오.  대동 사회의 통치이념인 도는 자기의 것을 자기의 것으로 여기지 않아서 겉으로는 마치 없는 듯하지만, 남을 위해 베풀기에 실제로는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이오. 이렇듯 인위적으로 제도를 만들어 통제하지 않고 천성에 따라 다스리는 대동의 통치이념은 언뜻 보기에는 허술하고도 부족한 점이 많은 듯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통치이념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그 통치는 엄격한 제도로 통치하는 것보다 오히려 백성들의 끊임없는 지지와 신망을 얻게 되어서 부족함이 없게 되리니.

 

 

여섯째 날, 중(中)과 화(和): 덕의 양대 구성요소

  도에 이르기 위해서는 먼저 덕을 닦아야 하는데, 이 덕을 닦기 위해서는 그 구성요소가 되는 두 가지 즉 중과 화를 먼저 실천해야만 하오. 중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태도고, 화는 중을 바탕으로 나아가 양쪽의 모순을 없애고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니, 즉 먼저 중을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나아가 화를 이뤄야 하는 것이오.

 

일곱째 날, 삼보: 지도자의 세 가지 보물

  나에게는 이상적인 대동의 통치이념을 지키고 보호하는 세 가지 보물이 있소. 그 첫 번째는 지도자가 선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모두 포용하는 자애로운 태도고, 두 번째는 사치와 향락에 빠지지 않는 검소한 태도며, 세 번째는 백성들의 뜻보다 앞에 놓는 겸손한 태도이오.

 

여덟째 날, 명: 통제의 명분

  도라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변치 않는 도가 아니고, 명분이라는 것을 부를 수 있다면 변치 않는 명분이 아니니, 대동사회의 통치이념은 말로 형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삼가고 노력하며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오. 따라서 만약 이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쉽게 정의할 수 있다면, 그것은 변치 않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통치이념이 아닌 것이오.

  오늘날과 같이 지도자가 세분화된 법률과 제도를 만들어 통제하기 시작했으니, 이렇듯 명분화된 제도로 나라를 통제하는 소강사회는 세상의 만물을 세분화시키는 근원이 되었소.

 

아홉째 날, 인의예악: 명분의 구체화

인(仁): 진심으로 섬기고 따름

의(義): 목숨을 걸고 계급상의 의무를 다함

예(禮): 조화로움을 위한 절제와 통제

악(樂): 조화를 위한 온유함

 

열째 날, 또 다른 도의 구성요소

상(常): 변치 않고 부단히 노력하는 시습(時習)의 자세

직(直):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올곧음

지(知): 초자연적인 힘에 의탁하지 않는 객관적인 판단력의 지혜로움

혹(惑): 순간의 노여움을 이기지 못하여 부모를 괴롭게 하는 미혹됨

강(剛):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

정(正): 명분에 의거하여 바로잡는 올바름

달(達): 직, 의, 신, 겸을 갖춰 통달함

신(愼): 신중함

비폭력(非暴力): 무력으로 제압하지 않음

 

열 하루째 날, 선택: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머무르면서 지도자를 올바른 길로 보필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세상을 등지고 유유자적하라는 당시의 불문율을 노자는 충실히 따랐지만, 공자는 오히려 거부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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