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시트 불황으로 본 세계 경제

리처드 쿠 지음 / 정성우·이창민 옮김 / 어문학사  펴냄

 


 

 

   미국은 2008년부터 완전한 밸런스시트 불황 상태였는데, 이에 대한 개념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던

당시에 많은 정책적 실수가 있었다. 다만 현재의 정책 담당자는 이러한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고 경제정책에 임하고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자국 경제가 밸런스시트 불황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을 모르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리먼 쇼크 전후에 몇 번이나 실수를 범했지만, 그 이후는 ‘재정 절벽’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해 정부가 시기상조의 재정건전화로 돌아서는 것을 강하게 견제하고, 미국이 1997년의 일본과 2010년 이후의 EU와 같은 상황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실제로 현시점에 확실히 시기상조의 재정건전화는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는 중앙은행 총재는 버냉키 한 사람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버냉키와 같은 인물이 FRB의 최고 책임자로 있는 것은 미국에도 세계 경제에도 크나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란 일본 중앙은행에 의한 대규모 금융완화를 골자로 하는 제1의 화살, 신속한 재정 지출을 골자로 하는 제2의 화살, 그리고 구조개혁을 축으로 하는 제3의 화살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아베노믹스’가 2012년 연말에 시작된 후 처음 5개월은 허니문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행운도 따라 일본 경제의 분위기가 크게 변했다.

 

   ‘아베노믹스’의 허니문이 끝나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큰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허니문을 만든 것은 ‘아베노믹스’의 3가지 화살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화살은 일본 중앙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를 실시하다는 것에 해외 투자자들이 편승한 것이지만 아직 두 번째와 세 번째 화살이 남아 있다.

 

   독일 이외의 국가들이 ECU(EU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 반응하여 돈을 빌려 주택에 투자한 결과, 이들 국가는 호황을 맞게 되고 그것은 독일에 크나큰 호재로 작용하였다. 즉, 독일은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을 확대하여 밸런스시트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유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독일이라 말할 수 있고, IT버블 붕괴 이후 독일의 재정 적자가 확대되지 않았던 것도 독일을 구하기 위해 ECU가(IT 버블 영향을 받지 않았던) 여타 EU 참가국에서 주택 버블을 만들어 준 덕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먼 쇼크 이후 EU 국가는 주택 버블이 붕괴되어 심각한 밸런스시트 불황에 빠졌지만, 역설적이게도 거기서 표면화된 그리스 위기로 인해 유로가 대폭 하락한 것이 독일의 수출 산업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맹국 정부가 재정정책의 자유를 확보하면서 EU 고유의 자금 이동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답은 ‘있다’이다. 하나는 정치적으로는 어렵지만 이상적인 해결 방안이고, 두 번째는 그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우선 이상적인 방안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EU 가맹국은 자국채를 자국민에게만 팔 수 있다는 제한을 두는 것이다. 만약 EU 발족 당초부터 이 룰이 전술한 3% 룰 대신 도입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012년 후반부터 나는 이상적인 방안을 조금 수정하여 좀 더 받아들이기 쉬운 방안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EU내 금융기관과 기관 투자자가 보유하는 자국채와 외국채에 대해 상이한 리스크 가중치를 설정하는 것이다.

 

유로 도입이라는 위업은 두 가지 대책으로 보완이 가능

   그 하나는 마스트리흐트 조약이 밸런스시트 불황에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복수의 국채 시장이 단일 통화권 내에 존재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극히 비생산적이고 경기순행적인 자본 이동의 문제다. 이 두 가지 점만 개선되면 유로는 훌륭한 통일 통화로 기능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 숭고한 인류의 위업은 향후에도 안정적으로 비행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EU와 같이 2008년 전후에 주식과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선전과 같은 도시에서는 주택 가격이 급락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것들을 보면 중국도 전형적인 밸런스시트 불황에 빠질 위험에 있었지만 불황의 입구에서 중국 정부는 GDP 대비 17%에 해당하는 규모인 4조 위안을 들여 가장 효과적인 재정 지출을 실시했고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 인플레와 주택 버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 두 가지는 민의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문제로서 그들에게는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다. 그렇게 때문에 공산당 정권이 인플레와 주택 버블 문제가 진정될 때까지 긴축 정책 기조를 완화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득 격차 문제도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고관들은 같은 격차라고 해도 지금 중국의 격차 문제와 이전의 격차 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즉 이전의 격차라는 것은 매일 제대로 식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의 격차였다. 그런데 지금의 격차는 일단 식사 문제는 모두 해결된 상태로, 일부 사람들은 매우 좋은 것을 먹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보통의 것을 먹는다는 점에서의 격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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