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회

  어머니는 생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신 모양이었다. 밥상에 생선이 올라오지 않으니 자연히 멀어지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생선도 가끔은 먹어야 좋은데 큰일이 있을 때나 먹는 귀한 음식같이 변한 것이었다.

 

  아내의 고향은 경상도 내륙지방인 안동이다. 지역 탓이라 생선 먹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성장 후에도 생선은 잘 안 먹게 되더란다. 그러니 결혼을 하고도 아내의 밥상 역시 생선은 구경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지금도 생선구이나 찜을 먹어봐도 그다지 댕기지 않는다. 등 푸른 생선은 먹어줘야 하는데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생선회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광어회 먹는 걸 보고 아내는 놀란다. 다른 음식은 적게 먹으면서 회는 다른 음식에 비해 두 곱은 더 먹었으니까. 내 동서들은 회를 좋아하는 나를 만나게 되면 당연히 생선회가 있는 식당으로 향한다. 때로는 미안한 마음에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해도 큰 형님 구미에 맞춰야 한단다. 2남 7녀 중 제일 큰 사위가 바로 나다.

 

   지금도 가끔은 광어회를 떠다가 집에서 먹는 편이다. 아내 후배가 생선회 집을 운영해 제법 싸고 신선한 생선으로 먹을 수 있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이제는 아내도 제법 생선회를 먹는다. 광어회는 우리 서민이 먹기에 부담이 덜한 생선이다. 나는 생선회를 먹을 때 고추냉이 간장에 먹는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넷째 동서가 동생 결혼식이 있으니 부산에 오란다. 형님 회를 얼마나 드시는지 보고 싶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날 나는 광어, 우럭 등의 회에 걸신들린 사람처럼 네 접시나 혼자서 먹었다. 아무리 음식점에서 나오는 생선회이지만 네 접시나 비워댔으니 놀라는 건 당연하다. 이제 내가 있으면 회는 남을 일이 없다고 농 삼아 얘기들을 한다. 남들이 들으면 이 얘기가 한낮 우스갯소리로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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