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나의 고향은 마니산이 있는 강화도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로 기억한다. 친구들이랑 고려산에

놀러 갔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놀고 있는데 뭔가 도망가는 게 보인다. 쫒아가며 보니 산토끼이다.

부리나케 달려가니 갑자기 토끼가 멈춘다. 그러더니 작은 나무 밑에 머리를 박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살금살금 다가가 토끼를 잡았다. 잡고 보니 아주 작지도 크기도 않은 새끼 토끼였다.

꿩이 이런 행동을 한다고 들었는데 토끼도 그런가?

 

   1970년대 초이니 산토끼가 많지는 않았으나 제법 있었던 때이다. 지금이야 야생동물을 잡으면

안 되지만 그때는 괜찮았으니까.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어른들이 애들을 불러 모은다. 먹을 것을

주고 산으로 데려간다. 위에서 소리 지르며 막대기로 땅을 치며 토끼를 아래로 쫒으라고 한다.

토끼는 앞발이 짧기 때문에 위에서 아래로 몰면 잡기 쉽다며. 그렇게 몇 마리를 잡아서···, 그 다음은

읽는 분이 상상하기 바란다.

 

   친구들은 자기 달라고 하는 데 나는 집에서 키워보고 싶었다. 야생 토끼를 가둬 놓고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토끼장을 대충 만들어 안에다 넣고 풀을 뜯어다 주었다. 의외로 양순하게

있는 것이 신기까지 하다.

 

   밤에 잠을 자는데 무슨 소리가 난다. 토끼가 도망가려고 하나보다 생각하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이놈이 잘 있는가 보았더니 웬걸 몸통이 반 정도가 긁혀 먹힌 것이다. 어른에게 물어 보았더니 토끼는

쥐가 자기 몸을 긁으면 처음에는 시원해서 가만히 있는다고 말해준다. 그러다가 고통이 오면 발악을

하는데 그때는 이미 늦은 때라는 것이다. 토끼가 많이 불쌍해져서 땅에다 고이 묻어 주었다.

미안해 괜히 잡아다 놓고 죽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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