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마리산

내가 태어난 곳은 강화도 마리산이 바로 보이는 강화군 양도면입니다.

바로 앞 동네인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에는 높이 472.1미터의 ‘마리산’이 있습니다.
바로 전국체전 봉화가 태양열로 점화되는 그 산입니다.

이 산을 지도 등에는 ‘마니산’으로 적고 있으나, 원래 이름은 ‘마리산’이랍니다.


지금도 토박이 어른들은 모두 ‘마리산’으로 부르고 있으며 강화도 사람들은 참성단이 있는 이 산을 거의 모두 ‘마리산’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지인들이 와서 ‘마니산’을 물을 때는 그런 산이 없다고 말할 정도이니 고향을 사랑하는 강화도 사람들의 애향심이죠.
지금이야 외지인들이 너무나 많이 들어와 살기 때문에 마리산 이름이 퇴색을 하고 있습니다.


‘마리산’이 원래 이름임을 입증할 수 있는 여러 문헌이 있는데,《고려사》권56 지리지 ‘강화 현조’에도 ‘마리산’이라는 글자가 분명히 들어가 있답니다.


“有摩利山 在府南 山頂有 塹星壇, 也傳 檀君 祭天壇”(남쪽에 마리산이 있고, 산꼭대기에 참성단이 있는데, 단군이 하늘에 제를 드리던 곳이라 전해 온다.)


그 밖의《세종 실록》,《규원 사화》등에도 ‘마리산(摩利山)’으로 들어가 있고, ‘머리산’, ‘마루산’이란 이름을 한자로 옮긴 ‘두산(頭山)’, ‘종산(宗山)’이란 이름이 들어간 문헌도 있습니다.


강화도의 이 산은 백두산이나 한라산 같은 산에 비하면 무척 낮은 산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산이 ‘높음’의 뜻인 ‘마리’란 이름을 달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 이 산은 주위의 너른 평지 위에 오똑 솟아 있어 주민들에게는 그 어느 산보다도 높게 보였을 것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머리’와 같다는 뜻의 ‘마리’가 들어갔을 것이란 추측이랍니다.


‘마리’는 ‘머리’의 옛말로, 지금도 짐승의 머릿수를 셀 때 ‘한 마리, 두 마리, …’ 같은 단위말로 남아 있습니다.
또, 이 산은 단군 이래로 하늘에 제사를 드리던 산이어서 ‘으뜸’의 뜻인 ‘마루’가 들어갔을 것이란 추측이기도 합니다. ‘마루’는 원래 ‘맏’에서 나온 말로, 이 말은 ‘높은’, ‘신성함’, ‘위’ 들의 뜻을 지닌 것이랍니다.

일제의 계략도 한몫

 
이 ‘마리산’이 ‘마니산’으로 된 데는 일제의 계략도 한몫을 단단히 했죠.
일제는 이 산이 ‘으뜸산’의 뜻인 ‘마리산’이 마땅치 않았던지 ‘두산(頭山)’, ‘종산(宗山)’, ‘마리산(摩利山)’, ‘마리산(摩尼山)’ 들로 쓰인 여러 이름 중 ‘摩尼山’을 택해 자기들의 글인 가다카나로 ‘마니상’으로 토를 달고 그렇게 정착시켜 나갔습니다.


우리는 광복 후로 지도 등에 그 ‘마니’란 이름을 지우고 ‘마리’로 해야 했으나, 이를 잘 알지 못하는 교육자들에 의해서 계속 그렇게 끌려 왔던 것입니다.


마리산은 1981년 부터 1987년까지 강화군에서 지명 변경을 요청했으나 경기도와 중앙지명위원회에서 지명은 역사와 더불어 변천될 수 있고 고 지명으로 문헌상에 남아 있는 것이 많아 변경시 혼란이 초래된다는 이유로 불가 통보를 받았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도 시민단체나 산악인들의 꾸준한 마리산 이름 되찾기는 진행되었고 한국땅이름학회(회장 배우리)는 '마리산 되찾기 국민운동본부'를 차리고 본격적인 개명 운동도 펼쳤습니다.


1995년 7월 26일 인천광역시는 마리산 지명 개명을 통과, 이를 중앙지명위원회에 상정했지만 1995년 10월 17일 중앙지명위원회는 이미 오랫동안 마니산으로 불러와 그 이름으로 굳어 졌다는 이유로 이를 유보했고 합니다. 그래서 못 마땅해도 현재의 공식 명칭은 '마니산'입니다.


어떻든 저도 강화도에는 ‘마니산’이 없고, 오직 ‘마리산’이 있을 뿐 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지금도 강화도의 토박이들이 계속 부르고 있는 ‘마리산’. 그러므로 이 산은 그렇고 불려야 하고, 모든 표기 매체에도 ‘마니산’이 아닌 ‘마리산’(한자로 굳이 한다면 옛날대로 ‘摩利山’)으로 정식 표기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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