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하늘

어디선가 들리는 자장가 소리에 어둠은 잠자러 간다. 맑은 공기를 벗 삼아 거닐고 싶어 일어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다 풀잎을 본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몰라도 나비 눈물인가 싶어 본다.
잠이 덜 깬 청슬은 있는 듯 없는 듯 청조하다.

저 높은 곳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물방울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청슬은 온 우주를 안고 있다.
이 작은 몸 안에 드넓은 우주를 안고 있다니 놀랍다.

이 세상에 아무런 가치도 없이 존재하는 건 없다. 더구나 어느 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건만
생김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신비는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놀라 도망갈까 조심스러워 조용히 얘기를 해본다.

“청슬 넌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니?”

“나도 몰라요. 깨어보니 내가 여기에 있네요.”

“그럼 왜 여기에 있는지는 알아?”

“그건 알지요. 내가 있자면 해님이 놀러 오지요. 잠시 놀다보면 하늘나라에서 오라 하데요.
부르면 저는 하늘나라로 가거든요. 하늘나라에 있다 보니 지구친구들이 나를 불러요.
그럼 또 구경삼아 내려오지요. 세상은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이 자연의 순리래요“

“자연의 순리? 그래서 너는 하늘나라도 땅에도 왔다 갔다 한다구? 뭐야, 너는 구경만 하고
다니는 거야?”

“그럼요, 제가 왔다 갔다 하지 않으면 아저씨 물도 마시지 못해요. 그것이 나의 의무랍니다.”

“뭐? 네가 왔다 갔다 해서 내가 물을 마실 수 있다고? 그럼 네가 게으르면 나는 물도 못 마시겠구나.”

“아니지요! 제가 게을러서가 아니고 사람들이 내 친구들을 자꾸 죽이고 있어요. 얼마 되지 않아
나도 영영 죽을 수도 있어요. 아저씨만이라도 내 친구, 아니 나를 죽이지 말아 주세요.”

“으~으~응! 그~래 알았어.”

“저는 비록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이런 의무를 가지고 태어난 거예요. 그래서 나는 금방 사라져도
하나도 슬프지 않은걸요.”

“그래, 다음에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 고마웠어.”


지나가는 봄바람이 놀자며 살포시 이파리를 흔든다. 청슬은 놀라 떨어져 숨어 버린다.
왠지 모를 서글픔이 몰려든다.




첨언:
청슬 :
초한 이(청초하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슬: 공기 중의 수증기가 기온이 내려가거나 찬 물체에 부딪 힐 때  
                                   엉겨서 생기는 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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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청춘(청춘 1호)  (0) 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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