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지람

   어렵게 중학교를 들어간 나는 입학 하자마자부터 열심히, 아니 죽어라하고 공부만 했다.

벌써 43년 전이니 내 나이가 알려지는 순간이다. 허나 그 나이는 제대로 입학할 때나 맞는 얘기다. 1학기를 지나고 나니 성적은 최상위권 이었다. 작은 체격이지만 2학년 때부터 반장과 전교 회장을 하게 되었다. 그때는 고등학교도 시험을 보고 가야하니까 3학년은 할 수가 없었다.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지만 선생님 한 분이 병이 나셔서 수업을 못하게 되었다. 대치 수업으로 영어 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전에 2교시를 이미 영어수업을 했기 때문에 지겨울 수밖에 없다. 정말 지루하고 듣기 싫었다.

 

   그때 책상 밑으로 책을 든 손이 나를 쿡쿡 찌른다. 받아보니 책은 책이되 만화책이었다. 그 시절 만화책은 오늘날의 만화책과 같이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괴로운 시간을 잊고자 펼쳐보니 생각과 같이 저질 만화는 아니었다.

 

   칠판을 앞으로 교과서 뒤로는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반장! 나와!" 왜 나를 갑자기 부르시나 선생님께서. "너 가서 권oo 선생님 모시고 와". 그 순간 나는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왜냐고? 원칙이 아닌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용서가 없는 선생님이셨다.

 

   묻지 마시라! 그날 나는 반쪽 난 야구방망이로 실컷 두드려 맞았다. 왜? 나 보고 대표로 맞으라고 하는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네가 반장이니 네가 잘못했다고! 얼마나 맞았는지 모르지만 그리고는 기절했다.

 

  다음 날 권 선생님께서 나를 찾으신다. 몸이 쪼그라들며 선생님 앞으로 갔다. "너 오늘 방과 후 친구 몇 명과 우리 집에 와." 정말 궁금하다!!! 왜일까? 방과 후 선생님 댁으로 친구 몇 명과 방문을 했다.

잘 차려진 밥상을 받은 후 선생님은

"어제는 너희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내가 반장을 꾸지람하며 나는 더 큰 매를 맞았다. 왜? 너희들에게 매질을 했는지 알겠지. 나는 사랑의 매가 뭔지 모르고, 너희가 미워서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이 세상을 살며 갈 길이 아닌 길을 가지 말라고 하는 꾸지람이다. 오늘 나 자신을 다시 매질하며 너희들을 부른 것이다. 정말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매질이 무슨 꾸지람이냐고. 나에게는 그 선생님의 매질은 꾸지람이다. 권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내가 아닐 것이니까. 보고 싶습니다! 권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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