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자의 지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도덕경을 읽기위해 노력했다. 괜한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홧김에 책을 거실 바닥에 내던졌다. “여보, 뭐 하는 거예요. 아무리 읽기 싫어도 그렇지 애꿎은 책은 왜 집어던지고 그래요.” 그러고는 중간쯤을 펼쳐 내게 읽어보라고 했다.

上士聞道 勤而行地(상사문도 근이행지) 뛰어난 선비는 도를 들으면 힘써 행하고,

中士聞道 若存若亡(중사문도 약존약망) 평범한 선비는 도를 들으면 긴가민가하고,

下士聞道 大笑之(하사문도 대소지) 못난 선비는 도를 들으면 크게 비웃는다.

어때요, 딱 당신 이야기 같지 않아요?” “···”

 

  “도덕경을 필사한 건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달라지는 건 없을 거예요. 무 언가를 읽어 배웠으면 내용을 깊이 음미하고 생활에 적용해야 해요. 읽는 것에 그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아내의 말도 일리가 있다.

 

저의 마음이 불안 합니다. 이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십시오.”

그대의 불안한 마음을 내게 가지고 오라. 그러면 내가 편안하게 해주리라.”

아무리 찾아도 가져올 불안이 없습니다.”

나는 이미 그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노라.”

  혜가는 달마의 말에 깨달음을 얻고 달마를 이어 중국 선종 2조가 됐다. 달마가 혜가에 게, ····· , 깨닫게 해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밖으 로 나돌던 그들의 마음을 내면으로 향하도록 도운 것이다.

 

하늘의 도와 인간의 도

天地道 損有餘而補不足(천지도 손유여이보부족)

하늘의 도는 남는 것에서 덜어내어 부족한 것에 보태지만,

人之道則不然 損不足以奉有餘(인지도즉불연 손부족이봉유여)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아서 부족한 것에서 덜어내어 남는 것에 바친다.

 

잘 싸우는 사람은 화내지 않고 잘 이기는 사람은 싸우지 않는다.

不自見 故明(부자현 고명)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므로 밝아지고,

不自是 故彰(부자시 고창) 스스로를 옳다 하지 않으므로 드러나고,

不自伐 故有功(부자벌 고유공) 스스로를 자랑하지 않으므로 공이 있고,

不自矜 故長(부자긍 고장) 스스로를 숭상하지 않으므로 오래간다.

夫唯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부유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무릇 다투지 않으므로 천하가 그와 더불어 다툴 수 없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 나는 내가 이룬 공을 나의 공이 아닌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 사실 나의 공이면 어떻고 박 과장의 공이면 어떠한가. 도덕경 덕에 하루 만에 나의 마음이 가벼워졌다. 박 과장을 미워하는 마음도 마법처럼 스르르 사라졌다.

 

  “이번 프로젝트 말이야. 어제 본부장님 있는 자리에서 박 과장이 자신의 공이라고 한 거 신경 쓰이지?” “사실은 좀 그렇습니다.” “, 역시 그랬군. 하지만 나는 자네의 공을 잘 알아. 사업이 잘 성사된 건 자네가 있었기 때문이야.” “오 팀장님이 알아주시는 것만 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도덕경의 내용이 현실에 반영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하고도 자랑하지 않으며, 공을 이루고도 거하지 않는다. 거하지 않으니, 공은 사라지 지 않는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圖難於基易 爲大於基細(도난어기이 위대어기세)

어려운 일은 그것이 쉬울 때 계획을 세우고, 큰일은 그것이 작을 때 해야 한다.

天下難事必作於易 天下大事必作於細(천하난사필작어이 천하대사필작어세)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비롯되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비롯된다.

 

是以聖人終不爲大 故能成基大(시이성인종불위대 고능성기대)

이러한 이유로 성인은 끝내 큰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능히 큰일을 이룬다.

쉬운 것부터,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은 매우 평범하고 단순한 이야기처럼 들 리지만 그 중요함은 재기 어려울 정도다. 진리에 가까운 지혜일수록 단순하다는 말이 있다.

 

  도덕경은 거대하고 큰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작은 것, 사소한 것, 부드러운 것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거대한 것을 본받으면서도 작고 부드러운 것을 가까이하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한 말에는 꾸밈이 없고 꾸며진 말에는 진실이 없다.

是以聖人後基身而身先 外基身而身存(시이성인후기신이신선 외기신이신존)

성인은 자신을 뒤로 하여 오히려 앞서고, 자신을 밖으로 하여 지킨다.

非以基無私邪 故能成基私(비이기무사사 고능성기사)

그것은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능히 그 사사로움을 이룰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은 빛나되 눈부시지 않다.

柔弱勝剛强(유약승강강) 부드럽고 약한 것은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

 

분노는 사람을 하찮게 만들고 용서는 사람을 성장시킨다.

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화혜복지소의 복혜화지소복)

화는 복이 의지하는 곳이고, 복은 화가 숨은 곳이다.

孰知其極 其無正(숙지기극 기무정)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그 정해짐이 없다.

正復爲奇 善復爲妖 人之迷 其日固久(정부위기 선부위요 인지미 기일고구)

바른 것이 다시 기이한 것이 되고, 선한 것이 다시 요사스러운 것이 되니,

是以聖人方而不割 廉而不劌(시이성인방이불할 염이불귀)

이러한 이유로 성인은 바르되 해치지 않고, 날카롭되 상처 입히지 않고,

直而不肆 光而不燿(직이불사 광이불요)

   곧되 방자하지 않고, 빛나되 눈부시지 않다.

 

비워야 담을 수 있다.

僞學日益 爲道一損(위학일익 위도일손)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더해가는 것이고, 도의 길 은 하루하루 덜어내는 것이다.

損之又損 以至於無爲(손지우손 이지어무위)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고,

無爲而無不僞(무위이무불위) 무위에 이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우리는 모든 것을 쌓으려 한다. 물건, , 사람, 명예 등 귀하게 여겨지는 것은 물론이고, 생각, 고민 갈등, 후회까지도 쌓아둔다. 그러나 도의 길은 덜어내는 길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은 쉽게 덜어내지 못한다.

 

세 가지 보물과 세 번째 축복

我有三寶 持而保之 一曰慈 二曰儉 三曰不敢爲天下先

(아유삼보 지이보지 일왈지 이왈검 삼왈불감위천하선)

내게 세 가지 보물이 있어 지니고 보존하는데, 첫째는 자애로움이요, 둘째는 검소함이 요, 셋째는 감히 천하에 먼저 나서지 않음이다.

 

결국 창립 십 주년 포상은 내가 받게 되었다. 모든 직원이 모인 강당에서 대표님이 내 게 상패와 꽃다발을 수여했다. 많은 사람이 내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특히 오 팀장님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줬다.

 

  잠시 사무실 밖으로 나와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했다. “어쩜, 요즘 이렇게 좋은 일만 생기죠?” “이게 다 당신이 도덕경을 내게 건네준 덕분에 일어난 일들이야.” “이 게 왜 도덕경 덕분이겠어요. 당신이 잘해서 그런 거죠.”

修之於身 其德乃真(수지어신 기덕내진) 몸을 닦으면 그 덕이 참되고,

修之於家 其德乃馀(수지어가 기덕내여) 가정을 닦으면 그 덕이 여유가 있고,

修之於鄕 其德乃長(수지어향 기덕내장) 마을을 닦으면 그 덕이 자라나고,

修之於國 其德乃豊(수지어방 기덕내풍) 나라를 닦으면 그 덕이 풍족하고,

修之於天下 其德乃普(수지어천하 기덕내보) 천하를 닦으면 그 덕이 두루 미친다.

 

爲無爲(위무위) 하되 하지 않은 것처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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