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불화 명작강의

강소연 지음 / 불광출판사 펴냄

 


  본 후불벽화는 조선시대 불화의 서막을 알리는 기념비적 작품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형식적 특징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새로운 표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을까요? <아미타삼존도>의 형식적 특징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화면 가운데의 아미타 부처님의 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서기(瑞氣: 상서로운 기운)가 포착됩니다.

  본 작품에 묘사된 이 같은 서기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이는 불성의 바탕에서 불성의 성품이 일어나 세상을 공덕장엄(功德莊嚴)하는 것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대승불교에서는 이 같은 불성이 세상만물에 두루 편재하여 모든 중생들에게는 깨달을 수 있는 성품이 내재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런 명작을 남겼을까요? 무위사 <아미타삼존도>벽화를 그린 작가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전설이 남아 있습니다.

   극락보전 건립 후 어느 날, 한 노승이 사찰을 찾아와 벽화를 그리    

   겠다며 100일 동안 법당 문을 절대 열지 못하게 하였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아무 것도 찾는 것 없이 문 은 그렇게 닫혀만 있었다. 그

   러나 99일째 되던 날, 궁금증이 많은 한 스님이 살짝 법당 안을 들여

   다보게 되었다. 이게 웬일인가. 한 마리 새가 입에 붓을 물고 날아다

   니며 그 림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문을 살짝 열리자마자

   새는 그만 밖으로 포르르 날아가 버렸다.

그리하여 관세음보살님의 눈동자는 그려지지 못한 채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해인사 <영산회상도>

   해인사에는 보기 드문 독특한 구도의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가 있습니다. 1729년(영조5)에 제작된 것으로 해인사의 중심 법당인 대적광전에 봉안된 대작입니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많은 영산회상도 중에서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손꼽힙니다. 영산회상도의 본존은 석가모니 부처님입니다. 새벽과 저녁마다 올리는 예불의식 첫머리에서, 수행자들은 가장 먼저 석가모니 부처님께 오체투지하며 귀의합니다.

  불화에서 주의해 보아야 할 가장 핵심적 표현은 ‘광명’입니다. 광명이란 무명과 번뇌를 비추는 지혜와 자비의 빛입니다. 이 지혜와 자비의 빛은 중생을 일깨우는 불성(佛性)입니다. 불성을 의인화한 부처님과 보살님의 몸에서는 항상 청정한 광명이 발산됩니다. 본 불화에서는 광명의 표현이 유난히 상서롭습니다. 둥근 광배뿐만 아니라, 섬광과 같은 빛줄기의 방사로 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몸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빛줄기들이 사방팔방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대웅전, ‘대웅’이란 무슨 뜻인가?

  대웅전의 대웅(大雄)이란 ‘위대한 영웅’이란 뜻입니다. ‘깨달음의 지혜로 중생을 일깨워 구제하기 위해 이 사바세계에 오신 큰 영웅’이란 의미입니다. 지혜와 자비의 힘으로 세상을 교화하고 밝혀서 무명과 미혹 속에서 헤매는 중생을 구하는 큼 스승입니다. 대웅전 안에는 주존으로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지고 그 뒤에 후불탱으로 영산회상도(또는 석가모니설법도, 석가모니후불탱)가 걸립니다.

 

용문사 <화장찰해도>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는 독창적인 윤장대는, 물론 이곳 용문사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용문사에는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보물 한 점이 또 있습니다. 바로 <화장찰해도>입니다.

  용문사의 <화장찰해도>는 현존하는 수많은 불화와는 다른 이례적인 도상을 보입니다. 여느 불화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대대가 부처와 보살의 의인화된 모습이 그려집니다. 의인화란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에 견주어 표현하는 것으로 종교적 존상은 대부분 이렇게 표현됩니다. 하지만 본 불화에서는 추상적인 진리의 세계를 그대로 표현한 대담성이 보입니다.

  <화장찰해도>는 화장세계, 즉 연화장세계를 그림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연화장세계의 외곽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고찰하였으니 이제 그 안으로 들어가 보도록 합니다. 거대한 연꽃 안은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여의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동글동글한 여의주들이 반짝반짝 영롱하게 빛납니다. 각양각색의 오묘한 원상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시선이 분산되면서 광활한 우주 공간으로 빨려드는 느낌을 받습니다. 원상들은 무한한 시공 속으로 연속적으로 확장되어 나갑니다. 마이크로의 세계와 매크로의 세계가 공존하는 듯합니다.

 

‘연화장세계’란 무슨 뜻일까?

  『화엄경』에서 말하는 세상의 참모습이란, 세계종이라는 무수한 빛의 씨앗들이 서로 들고 날며 어우러졌다가 사라지고 하는 불가사의한 모습입니다. 이러한 우주의 씨앗들이 꽃피운 세상, 이를 ‘연화장세계’라고 부릅니다. <화장찰해도>는 거대한 연꽃이 활짝 만개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연꽃은 그냥 연꽃이 아니라 불성(佛性)을 품은 연꽃입니다.

어째서 사찰에는 연꽃 문양이 많을까?

  사찰에서 가장 빈번하게 만날 수 있는 장엄 문양의 넘버원을 꼽으라면 무엇일까? 바로 ‘연꽃’이다. 우선 부처님이 앉아 계신 대좌에서부터 부처님의 광배 문양, 부처님 머리 위의 천개 장식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연꽃 문양을 만날 수 있다.

  불교에서 연꽃은 우주 만물의 바탕 또는 원천을 상징한다. 이는 영원불멸하며 번뇌에 물들지 않는 청정한 본성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지상의 꽃 중에 어째서 연꽃이 불교의 꽃으로 선택 되었을까. 진리의 성품과 연꽃의 성품에는 공통성이 있다. ‘청정하여 물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인(因)과 과(果)가 같다는 것이다. 연꽃은 꽃과 열매를 동시에 맺는다. 불교에서는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처음 발심한 마음이 곧 정각의 마음)’이라 하여 발심의 지혜와 궁극의 지혜를 같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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