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한민국 트렌드

최인수 외 /한국경제신문

 

  2016년 현재, 소비자들의 ‘돈 없고 시간 없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사소한 습관 하나가 소비의 영역을 넘어 대부분의 영역에서 기존 권위를 위협하는 나비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기업과 오피니언 리더들은 기존에 구축해온 브랜드 권위에 위협을 받고 있다. 그저 ‘자신(브랜드)을 믿어 달라’고 홍보하면서 주장하기 전에 우선 모든 주장과 홍보에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희소성을 구성하는 필요조건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명품 기준은 ‘시간이 지나도 품위와 가치를 유지하는 그 어떤 것’이었다. 아울러 전통, 역사와 함께 세계적인 인지도를 명품 기준으로 생각했다. 소비자들은 명품으로서 제품 자체가 갖는 장기적인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에다 매우 중요한 또 다른 전제가 포함되어 있다. 명품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브랜드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고가의 상품이나 서비스라도 사람들이 잘 모른다면 대중의 ‘사회적 욕구’를 자극하지 못한다. 명품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가치가 극대화된 상품이기 때문이다.

  현재 명품 시장은 인터넷,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한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의 희소성이란 ‘독특하고 잘 생겼지만 인지도 없는 배우’를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온라인에 존재감을 드러내어야 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필연이다.

 

  계획적이든 충동적이든 면세점에서의 소비가 증가한 데에는 아무래도 면세점 제품은 ‘사도 괜찮은 제품’이란 신뢰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10명 중 6명이 같은 제품이라도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믿을 수 있으며 모두 진품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면세점 상품에 대해 신뢰감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 면세점 상품들이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76.6%에 이를 만큼, 면세점 내 다양한 상품 구비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더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읽어 볼 수 있는 조사 결과이다.

 

  영화 선택에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이야기는 극적인 사랑이나 감정을 자극하는 이야기보다 ‘현실 문제나 팩트’와 관계된 소재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현실 문제, 팩트와 관련된 소재를 선호하는 취향은 실제 현실을 다루거나 반영한 영화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태도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소비자가 원하는 이야기 소재의 핵심은 현실적인 문제, 일상생활과 밀접한 내용,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다루는 것이다. 이것이 공감의 포인트가 되고 흥행의 기반이 된다. 사회적 욕구에 대한 사람들의 결핍을 기반으로 한 ‘리얼리티(사실성과 현실성)’를 가진 영화와 드라마는 앞으로도 흥행할 것이다.

혼밥, 혼술

  사회 전반적으로 나홀로족의 증가를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자연스러운 사회 변화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86.9%가 요즘 나홀로족이 많아지고 있는 사회 현상을 당연한 시대 흐름으로 생각했으며, 더 나아가 92.6%는 나홀로족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마홀로족의 등장은 본인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어쩔 수 없는 상황’보다는 ‘자발적 의지에 따른 하나의 선택’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많은 편이었다.

 

  독서가 성공의 열쇠 될까?

자기계발서, 실용서, 처세술 같은 교양서에 사람들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지 않는다고 세상사는 데 큰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2명 중 1명은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냈다. 책 읽는 사람이 고지식하거나 재미없어 보인다거나 괴짜 같아 보인다는 부정적인 인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과거에 비해 독서 활동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책’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켜주는 훌륭한 도구가 되고 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최근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으로 일할 의욕을 잃거나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슬럼프에 빠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번아웃 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많아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장인의 32.2%는 자신이 번아웃 증후군에 해당된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직장인이 젊은 세대에게서 좀 더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직장인을 위로하고 앞으로 이를 겪을지도 모를 직장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좋은 해결 방안은 결국 ‘적절한 보상’이었다.

 

IT· 기술공학 같은 전문 직종은 미래 사회에 전망이 밝은 직업군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반면 전망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는 직업들로는 학원 강사, 부동산 중개인, 교사, 어업 및 농업종사자, 초등학교 교사 등 대체로 교육 분야와 1차 산업군 종사자의 수요 감소를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농업과 어업의 경우 관련 분야 종사자 인구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2016년 상반기 통계청 발표와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어 의미 있는 자료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이민을 고려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자녀 교육환경을 고민하거나, 국가가 국민들을 위하거나 보호해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좀 더 상위에 있는 응답 내용은 복지가 좋고 경쟁과 격차가 덜한 여유로운 삶의 추구였다. 어떻게 보면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하고 자연스런 욕망이다.

 

  공정성, 정의, 평등 같은 기본적인 가치들을 잘 보장하지 못하고 평소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끼게 한다는 생각이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지금, 과연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로 인식되고 있을까? 대한민국을 ‘정치’, ‘사회’, ‘문화’의 측면으로 나눠 살펴본 결과, 많은 사람이 한국 사회의 현실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 왜곡과 영토 분쟁 같은 일본과의 외교적 문제에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응답자 대부분은 적절한 대응 방안으로 국제사회에 호소하거나, 한·일 정상회담 개최 및 중국과의 공조를 통한 해결 방안 모색 등을 주로 꼬고 있었다. 일본과 외교 관계를 단절할 정도로 강경하게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다소 극단적인 의견도 높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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