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 보이고 뉴스가 들리는 시사 인문학

최원석 지음 / 북클라우드 펴냄

 

 

똑같이 원조 받고 아프리카와 한국은 어떻게 달라졌나?

  아프리카는 대체로 저개발, 부패, 내전, 식민지, 가난, 인종청소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상징된다. 자원은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아프리카는 왜 아직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사는 걸까?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에 대기근이 덮쳤을 때 이들 나라 정부가 한일은 그저 해외에 손을 벌리는 것이었다. 해외 구호 단체나 지원 국가들이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아다주는 식의 원조를 하다 보니 아프리카 정부는 매사에 손 벌리는 것이 일이었다. 게다가 부패가 만연해서 각종 지원금은 그 나라의 집권층이나 엘리트 계층의 수중으로 들어가 정작 구호가 필요한 서민들에게까지 닿지 않는다.

 

군부 정치는 약인가? 독인가?

  2015년 11월, 미얀마에서 수치 여사의 정당이 승리해서 선거 혁명이 성공했다고 해도 갈 길이 멀다. 의회에는 군부의 몫이 따로 배정되어 있다. 군부 인사들이 상하원 의석의 25%를 차지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고 군부가 국방, 내무, 경비 장관을 임명할 수 있으며, 비상사태 시 군부가 정권을 인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게다가 헌법에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외국 국적을 보유하거나 과거에 보유했던 적이 있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수치 여사는 영국인과 결혼했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의원 75%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군부는 한 나라에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국민들이다.

 

우리는 곡물 강대국에 종속되고 말 것인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4%에 그치고, 곡물 수입량은 세계 5위에 해당한다. 주식인 쌀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쌀을 제외한 밀, 옥수수, 콩 같은 주요 작물이다. 2015년 기준으로 밀과 옥수수 자급률은 각각 0.7%, 0.8%이고, 콩 자급률은 11.7%에 그쳤다.

  곡물이 석유나 광물 같은 자원과 마찬가지로 국가 발전의 주요 원자재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이다.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는 옥수수로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은 에탄올이다. 옥수수 가격이 국제 유가 시세에 따라 출렁이는 원인이 여기서 비롯된다.

우리 정부가 국정 운영 목표 중 하나로 식량 안보를 내세웠지만 대응이 조금 늦은 느낌이다. 식량 주권을 갖는 것이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거품으로 버티는 경제의 결말은?

  버블이란 가치에 비해 시장 가격이 과대평가됐다는 뜻이다. 자산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사람들의 투기 행위로 인해 가격이 원래 가치보다 터무니없이 높아진 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남해 회사에 7,000파운드(한화 약 7억 원)를 투자해 수익 100%를 올렸다. 뉴턴은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남긴 뒤에도 주가가 계속 오르자 다시 2만 파운드를 새로 투자했다. 문제는 투자 직후 주가가 폭락했다. 투자금 대부분을 날린 뉴턴은 "나는 천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자본을 추구하는 것이 정상인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을 밝힌다."라는 것이 왜 욕먹는 짓일까를 생각해 보면 아마 이 표현 앞에 '지나치게'라는 수식어가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 주도권 전쟁 중?

  아시아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 중국이 놓치고 싶지 않은 대규모 시장이다. 2012년 중국 주도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맞서 미국은 2015년 10월 TPP 협상을 타결시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TPP 협정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 무역, 투자 경제권을 형성하는 발판이다. 단순히 경제적인 면만이 아니라 외교, 통상, 안보 등이 두루 경합된 경제 동맹이다.

  결국 판세는 달러화 대 위안화의 싸움 같은 양상이다.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미국과 단독으로 FTA를 맺는 것이 더 이롭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눈치도 봐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중국 주도의 경제 협력체에 가입한 상태인 데다, TPP가 새로운 국제 통상 규범이 된다는 점에서 TPP에 가입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체 군복무는 허용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맨체스터대학교의 물리학자였던 헨리 모즐리는 원자 주기율표 체계를 완성한 인물이다. 영국 과학계에서는 노벨상을 받을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흥분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모즐리는 공병대에 지원했다. 결국 터키군과 교전 중 저격병의 총탄에 머리를 맞고 즉사했다. 그의 스승 리더퍼드 교수는 의회에 편지를 보내 과학자들이 전쟁터 대신 연구실에서 일할 수 있게 호소를 했고, 그것은 실현되어 인근 국가에서 따라했음은 물론이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군대를 유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체 복무 또한 이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다. 군대는 무조건 가야 한다. 다만, 군대에 가는 것보다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이 더 나은 사람에 한해 대체 복무를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헨리 모즐리로 인해 대체 복무 제도가 생긴 취지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얘기다.

 

합법적인 살인, 사형 제도를 어떻게 봐야 하나?

  "내가 무슨 권리로 타인의 생명을 끊으라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라며 고민했다. 그것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에게 말이다. 일제 감정기에 36세였던 판사 이찬형은 번민 끝에 결국 법복을 던지고 출가했다. 그가 훗날 무소유로 유명해진 법정 스님의 스승인 효봉 스님이다.

  체사레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이라는 책은 근대 형법학의 고전으로 꼽히는데 당시 22개 국어로 번역되어 읽힐 만큼 형법 근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사형은 지나치게 가혹하므로 범죄를 막는 효과가 없으며, 사면과 같이 법의 확실성을 떨어뜨리는 제도 역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에도 사형 제도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수십 개 나라에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재판의 오판 가능성, 범죄 예방에 대한 의구심,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악용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점차 폐지하거나 집행하지 않는 경향을 띠고 있다.

 

한국이 행복 사회가 되려면?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만 놓고 보면 많은 것이 풍요로워졌는데.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할까?

  새뮤얼 스투퍼 박사가 처음 한 말 "상대적 박탈감"이란 남과 비교해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무엇을 빼앗긴 상태라고 느끼는 현상이다.

한국에 살면서 미국인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같은 직장 혹은 같은 학교 내 동료와 급우들이 비교 대상이 된다. 주변 사람들이 다 같이 못살면 내가 좀 못 산다고 해서 그리 불행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잘살고 나만 못산다고 생각되면 난 왜 이리 불행할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의 '미움 받을 용기'를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두려워하는데서 불행이 시작된다는 이 발상은 "좀 더 뻔뻔해지자."라는 것이 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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